2021. 5. 3. 00:00ㆍ연두네
영화 자산어보 관람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
"홍어가 가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가 가는 길은 가오리가 알지라"
- 2021.5.2.
관람평은 요즘 읽고 있는 시 한 수로 대신해야지.
지상에 의자 하나
- 김해자
한 집 건너 고시원 한 건물 걸러 고시학원인 노량진, 포구보다 생물 냄새 펄떡거리는 저마다의 침묵 속에 종이컵에 든 동그란 호떡들이 우적우적 지나가고, 갇힌 골목길 추리닝 바람이 모퉁이를 돌아 휘적휘적 지나가고, 네모난 수첩들이 문제들 씹어 먹으며 군대처럼 지나가는데, 하필 그때 나도 몰래 흘러나온 말이 꼭 시험을 봐야겠니, 였는지 난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 즉시 튀어나온 딸아이의 정상적이라는 말이 정상으로 들려, 나는 눈앞 정상인 63빌딩을 한참 올려다봤다 순간 속이 다 비쳐 보이는 유리창마다 의자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저 의자에 앉기 위해 너는 밤새 잠도 자지 않았나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만 찾으면 되었던 예수는 행복한 사나이였
다 100마리 중에 1마리를 구한다는 시험이 정상일까, 99가 정상일까 하나가 정상이기나 할까, 정상적인 정상이 있기나 할까, 아 주여 저를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연달은 아리송한 문제에 양 한 마리가 고개 끄덕이며 반듯하게 지나가고, 제 문제밖에는 고개 돌릴 틈 없는 아흔아홉 양들이 갸웃거리며 행렬을 지어 지나가고도 답을 못 찾겠는 나는 자꾸 허당을 짚는다
모든 정상은 수직의 높이, 제 발밑의 땅을 파먹은 만큼 올라가는 정상들 때문에 너희 디딜 땅이 없어질까봐 내 몸은 신열이 나고 으슬으슬 떨려오는데 비몽 속에서 빠져나오려 팔 휘저으며 헛소리 내지르며 헉헉 양, 양들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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