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5월 12일
들리세요? 제 목소리! 엄마, 저예요. 순영이! 저 지금 어디 가고 있게요? 언젠가 엄마가 말했잖아요. 제가 뱃속에 있을 때 빨간 고추, 초록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린 태몽을 꿨었다고. 저 지금 엄마가 꿈속에서 보았던 길을 지나가고 있어요, 태양이 눈부신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진짜 신기하죠? 엄마, 저는 다른 세상을 향해 가고 있어요. 제 몸은 빛이 되었다가, 물이 되어 흐르다가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기도 해요. 엄마, 제 몸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어요. 풍선처럼 기분 좋게 떠오르고 있어요. 그런데 엄마, 저는 이렇게 가벼워지려는데 너무 멀리 와버려서 심부름도 못하는데 된장국 끓이다가 두부가 없을 때 어떻게 해요? 심부름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천 원씩 심부름값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우리 엄마 심부름은 ..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