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tleg : 기꺼이 마주할 용기

2022. 3. 24. 13:04아빠랑


모든 초콜릿은 불법임.


결국 '국민건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했다. 

"저질 식단이 야기하는 비만과 질병을 근절하고 국민의 신체 및 치아 건강을 목표로 하는" 국민건강당이 처음으로 한 일은 사탕 및 초콜릿의 제조, 판매, 구입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대다수가 국민건강당에 표를 던졌다. 국민건강당이 이 나라를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스머저의 아빠처럼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놈이 그놈이지 뭐."
당시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 17쪽

투표를 하지 않은 제빵사 아빠는 빵을 구울 때 더 이상 설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백색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로만 사용해야 했다. 


회수 장소 앞에 긴 줄이 섰다. 국민건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인생의 소박한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고 절제생활과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내면의 기쁨을 추구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국민건강당을 지지한다고 볼 수만은 없으리라. 상당수는 그저 법은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인 사람들이었다.

- 44쪽

그렇게 사탕과 초콜릿은 모조리 회수되었다.

 


"헌틀리, 만약에 법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면, 누가 봐도 잘못되었다면, 넌 그런 법을 위반할 생각이 있냐?"
헌틀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리 위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빠는 악법도 법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아빠가 법이란 자연스러운 정의와 상식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 아빠는 자기 양심에 귀 기울이고 야만과 불의와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필요는 없으므로 옳은 일을 선택하라고 했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법에 맞서 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거 아냐?"
스머저가 말했다.

- 71~72쪽

레볼루션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너희 몫은 어떻게 되는 거냐? 일만 시키고 아무것도 안 줄 순 없다."
"저희는 초콜릿만 먹을 수 있으면 돼요."
"하지만 금전적 보상이 전혀 없다는 건 좀 그렇구나. 그럴 경우, 내가 어린 너희를 착취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겠니?"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저희가 이 일을 하려는 진짜 이유는 희망을 살리고 싶어서예요. 저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걸,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지 않겠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고 싶어요."
할머니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너희를 보니 우리 영감이 살아 있었을 때가 떠오르는구나. 그이도 너희처럼 늘 반란을 꿈꾸었지. 언제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웠단다. 의회와 신문사에 항의편지를 보내고 중앙선에 차를 세우고 시위를 하곤 했지. 너희가 자꾸 그이를 떠올리는 바람에 내가 따르지 않을 수 없구나. 그이는 '반란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보다 길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할머니?"
"그건 너희가 직접 곱씹어보거라. 그럼 이제 거래가 끝난 건가?"
그랬다.
스머저와 헌틀리는 차례차례 바비 할머니와 악수를 했다.
"우린 초콜릿 밀거래자가 될 거예요."

- 117쪽

 

 

기꺼이 밀거래자가 될 용기, 내겐 그게 필요하다. 결심을 하기까지의 상황 판단력은 이만하면 됐다. 그저, 실행에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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