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2021. 4. 11. 17:44아빠랑

표지 그림이 참 좋다. 화창한 날 나들이 나온 가족의 모습, 하얀 원피스 입은 엄마 품에 안긴 아기의 칭얼거림까지 머물러 있는 듯한 풍경,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려나.

 

오랜만에 산문집을 들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잡다한 생각이 들수록 호흡이 긴 소설 따위 보다는 가볍게 들춰볼 수 있는 책이 좋다. 작은 사건 하나에서도 삶을 성찰하는 태도를 배운다.

 

박완서 작가가 작고한지 10년을 맞아 엮어낸 산문집이다. 시대배경이 1970년대에서부터 2010년까지 펼쳐져 있어 글 속으로 훅 들어가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글이 쓰여진 시기를 제목 옆에 살짝 일러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조금은 낯선 서체였는데 읽다보니 또박또박 강직한 것이 작가의 성격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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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적인 모임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여러 갈래의 우호적 또는 적대적, 정열적 혹은 타산적 관계의 와중渦中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조금 비켜나 있고 싶어 하는 근성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점점 내 성격 형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비텨나 있음을 차라리 편안하게 여기게 되었고, 와중에 있는 것보다는 약간 비켜나 있으면 돌아가는 모습이 더 잘보인다는 것도 터득하게 되었다."

 

231~232쪽, '나의 문학과 고향의 의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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