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한다
양치질을 건성으로 하는 어린이. 밤마다 칫솔질 제대로 하라고 버럭할 때가 많다. 오늘도 칫솔을 입에 물고서 이러저리 돌아다니며, 책을 괜히 들추고 오카리나를 만지작거리고 칫솔질은 않고 계속 수다를 떤다. “좀 똑바로 하라고!” 참다못해 큰 소리를 질렀더니 녀석이 한숨을 푹 쉬며 “웅앵웅”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칫솔을 입에 문 채 ‘참.는.다.’, ‘참.아.야.한.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누가 참아야 하는 상황이냐. 양치 검사를 했더니 네 앞니에 고춧가루가 잔뜩 들러붙어 있잖냐! 내가 참 속.상.하.다. 속.상.해.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