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던 껌

2020. 11. 2. 21:41엄마랑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중학교 시절, 나는 엄마를 마구 졸라 수학학원에 등록하고, 그것을 핑계로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오락기 앞에 앉아서 버튼을 두드리는 것도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다. 100원짜리 동전을 집어 넣으면 짧게는 2, 길게는 10분씩 게임에 몰두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어느 날, 껌을 하나 사서 친구들과 나누어 씹으며 오락실에서 한 판 두드리고 있었다. 이날 따라 손가락이 잘 풀리지 않은 탓인지 금방 죽고 말았고 얼마 되지 않아 준비해온 동전을 모두 탕진해버렸다.

 

기분이 나빠져 어떤 식으로든 해소를 해야만 했다. 나는 저주를 택했다.

 

오락실에서 나오는 길에 누구든 내 재수 옮겨 붙어라하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사람 신발에 내 씹던 껌이나 붙어라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하늘을 향해 멋드러지게 껌을 내뱉었다.

 

무엇이 후련했기에, 왜일까, 그 순간 나는 왜 앞으로 튀어 올랐을까.

 

오른쪽 앞머리에 찰싹 껌이 붙어 버렸다. 끈적끈적 야무지게 붙은 바람에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커트머리를 했다.

이후 다시는 껌을 함부로 뱉지 아니하게 되었다는... 슬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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