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노란 별

2022. 5. 13. 17:14아빠랑

옛날옛날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어. 하지만 왕비님이 아기를 낳지 못해 걱정이 많았지. 그러던 어느 해, 왕비님이 드디어 기다리던 왕자님을 낳았어.

 

왕은 기뻐하며 큰 잔치를 열었어. 나라 안의 모든 점성가들을 불러 들였지. 그런데 그만 깊은 동굴 속에 살고 있던 점성가 한 명을 깜빡한 거야.


초대를 받지 못한 점성가는 화가 나서 새로 태어난 왕자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리기로 마음 먹었어. 그리고 별이 총총 떠오른 밤하늘을 향해 긴 지팡이를 휘둘렀지.

그때, 점성가의 긴 지팡에에 맞을 뻔한 꼬마 별 하나가 쪼르르 내려와 말했어.

 

"제게 그럴듯한 방법이 있어요. 왕자가 왕이 되었을 때 명령을 단 한 번밖에 내리지 못하는 저주를 내리면 어떨까요?"

 

"그래, 왕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평생 명령을 한 번밖에 못 내린다면 그게 무슨 왕이냐? 좋다!"

 

점성가는 그렇게 저주를 내렸어.

사실 꼬마 별은 아기 왕자에게 더 무서운 저주가 내려질 게 걱정되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

 

아무튼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마침내 왕이 되었어. 나라는 여전히 평화로웠지만, 새 왕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어. 

 

"평생 단 한 번밖에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니.. 이러고도 어찌 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운명을 타고나게 한 점성가와 저 별들이 참으로 원망스럽구나!"

 

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을 내렸어.

 

"내 운명을 결정한 별들아! 땅바닥으로 모조리 떨어져 납작 엎드리거라!"

 

명령을 내리자마자 밤하늘의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어. 바닥에 납작 엎드린 별들은 작은 꽃이 되고야 말았어. 작은 꽃들은 너른 들판에서 별처럼 반짝였어.

 

왕은 꽃으로 뒤덮힌 들판을 보고도 화가 가라앉이 않았어. 그래서 수많은 양떼를 몰고 와, 꽃들을 사정없이 짓밟게 했지. 
그러나 왕의 심술에도 꺾이지 않고 해마다 봄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하얗고 노란 꽃들이 들판 가득 피어났어.

 

꽃들이 지고 난 뒤에는 씨앗 한 개마다 하얀 솜털 날개를 달았어 솜털 날개를 단 씨앗은 작은 바람결에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어.

 

"저기 높고 맑은 하늘이 우리가 원래 살았던 곳이란다."

 

꽃들은 자신들이 별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자손들에게 대대손손 얘기했대. 

 

- 출처 : 마음이 예뻐지는 동시, 따라 쓰는 꽃 동시(이상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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