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2021. 3. 11. 21:58아빠랑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었다. 마음이 각박할 때엔 시집을 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집을 고르는 데 가장 큰 요인은 제목.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곳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

 

위로 받아야 할 사람과 위로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떠올라야 한다

우리는 기어올라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 신철규 시, 검은 방 중에서

세월호를 다시 떠올렸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다이어리에 꾹 적어두고 가만히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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