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었다. 마음이 각박할 때엔 시집을 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집을 고르는 데 가장 큰 요인은 제목.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곳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 위로 받아야 할 사람과 위로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떠올라야 한다 우리는 기어올라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 신철규 시, 검은 방 중에서 세월호를 다시 떠올렸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다이어리에 꾹 적어두고 가만히 곱씹는다.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