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순수한 영혼이 스러져가는 패배의 기록
그러니까 이 소설은 ㅡ 옮긴이 김춘미에 따르면,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것이다. 표지 그림, 에곤 실레의 은 어쩜 이렇게 딱일까! 편집자는 분명 다자이 오사무의 이미지와 이 그림이 꼭 닮았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작가의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소설과 그림을 서로 마주하게 한 점 역시 탁월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다.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석 장의 사진 묘사를 세 가지 수기에 비추어 보면 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들. 그야말로 깃털처럼 가벼운, 그냥 하얀 종이 한 장처럼 그렇게 웃고 ..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