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벼룩 : 독립생활자를 꿈꾸며

2022. 2. 11. 15:05아빠랑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업무 대신 사교 생활에 열중했고 회사 내에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으며 상급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는 생각은 저만치 밀어놓았다.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108쪽

 


저자는 자신의 전작 ≪올림포스 경영학≫에서 회사의 유형을 고대 그리스 신들을 차용해 설명하였다. 아폴로형 세계란 순수한 형태의 관료제로 계획과 통제를 강조한 안정된 세계를 말한다. 반면 디오니소스는 창조적 개인을 상징한다. 

 


그 아폴로형 타워에서는 조직표상의 보직이 채워져 있는 이상 MKR/34에 누가 근무하고 있는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 사무실 문에 있는 플라스틱 명판에는 양각으로 커다랗게 새긴 부서명 아래에 내 이름이 작은 글씨로 기입되어 있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이론적 언어로 말해본다면 나는 '잠정적 역할 수행자'일 뿐 독특한 개성을 지닌 개인이 아니었다. 내 사기는 떨어졌고 매일 아침 출근해 익명의 또 하루를 맞는 내 어깨는 자연히 축 처졌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118쪽

 

 

한편 새로운 자본주의는 기업 문화와 개인의 변화를 촉진할 거라고 예측했다.

1. 허리가 사라진다 : 

중간배제 현상이 강화될 거라고 보고 있는데, 좀더 정확하게는 ㅡ 인터넷상의 방대한 자료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가공하는 방식 등으로 ㅡ 존속 형태가 크게 바뀔 거라고 예측한다.

2. 사라지는 직장 : 

자동화 공정, 무인 상점, 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고용의 세기가 마감된다. 참고로 이 책은 20년 전에 쓰여졌다.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관한 것이고,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며, 마지막이 회사에 관한 것이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182쪽

이제 일이 재미있다거나 개인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특별한 경력이 되는 것도 아니며 인생의 중심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므로 파트타임 일이나 교대제의 일이 더 인기를 끌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일은 다양한 활동의 포트폴리오 중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187쪽

 

3. 선택과 책임 : 

현재 들어서고 있는 유연한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나처럼 평생직장 생활을 교육받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력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커다란 도전으로 느낄 것이다. 도전을 무사히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자유와 기회를 한껏 음미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회사 이후의 생활이 힘겹고 숨 막힐 것이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188쪽

 


결국 새로운 자본주의에 놓인 사람들은 이내 딜레마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벼룩으로 새 생활을 시작한 후 딜레마(긴장)는,
1. 공동체가 사라진다.
2. 스스로 열정을 키워나가야 한다.
3. 과거 명성이나 경력은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한다.

 


나는 독립한 첫해 각종 대회나 참석자 명단에 오른 내 이름 옆자리에 회사명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나는 어떤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나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이었다. 
그러나 연말 송년회 파티가 열리는 시점에 이런저런 부서의 초청장이 거의 날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졌다. 
얼마나 잘된 일이냐고 중얼거렸다. 싸구려 샴페인이 든 종이컵을 들고서 일부러 즐거운 척하지 않아도 됐다. 1년 내내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는 동료들 없에서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서 있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그런 초청장이 그리웠다. 그것은 사회적 배제에 의한 죽음이었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251~252쪽

이런 일은 청년이든 노년이든 모든 벼룩에게 적용된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벼룩은 일반적으로 기생충으로 분류된다. 유기체는 벼룩을 바라지 않고 가능한 한 벼룩을 멀리하고 싶어한다. 독립 생황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채택할 생활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공동체에 자신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연금술사들처럼 자신들이 공동체를 창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253쪽

그 누구도 일 없이는 살 수 없다.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일 없는 생활은 의미 없는 생활이었다. 나의 실수는 단 하나의 일, 즉 돈을 받고 하는 일(직장)만 진정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278쪽

 


균형 잡힌 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간 너무나 익숙하고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 온 아래의 일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1. 집안일 2. 자원봉사 3. 학습 4. 운동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한편 일을 어떻게 배분할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일년 365일 중 공부에 100일을 할당하고 150일은 일에 투입하며 자원봉사에 25일, 나머지 90일은 가정일과 휴가, 여가 등에 배정하는 식이다. 
 

경쟁적 개인주의 대신에 다양한 개인주의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저마다 노력한다. 그것은 승자 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승자의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성은 바람직한 생활 스타일의 다양성이어야 한다.

-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340~341쪽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생활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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