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골 가서 살까?

2022. 11. 26. 14:05아빠랑

배우자가 느닷없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막연하게나마 노년에는 시골에서 사는 삶을 상상하곤 했지만, 아이들이 한창 크고 있는 이 시기에..?

무슨 일 있나?

역시.. 무슨 일 있었다. 

 

심란한 마음 달래려 책을 들춰 읽었다.

 

 

<가족의 시골>

 

안동의 어느 300년 된 고택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가 쓰고 찍은 3년 동안의 일기를 엮었다.

 

이삿날,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집 같다고 들떴던 미취학 첫째는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었고,

햇수로 3년째 둘째를 이곳에서 맞이하였다.      

 

 

그런데 왜 제목을 <가족의 시골>이라고 지었을까?

'시골의 가족'이 더 자연스러운 문장 아닌가? 

 

'가족의 시골'이라면, 가족이 주체격으로 시골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처럼 보여지고,  

반대로 '시골의 가족'이라고 한다면, 시골에 속한 어느 가족으로서 특수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춰졌을까?

확실히 어순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물론 '가족의 시골'이 훨씬 인상에 남는다.   

 

 

잘 정돈된 인스타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간결하고 정갈한 문장들. 

 

 

2014년 5월 22일 / 사랑을 한다는 것

시골에 온 첫해, 우리는 자주 다투었다. 우월감이 풍선바람 빠지듯 빠지는데 그 허상에 얼마나 기대었는지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남편은 나를, 나는 남편을 얼마나 하찮고 매력 없게 느꼈는지 모른다. 자본주의의 아우라에 서로 한꺼풀 씌어진 채 사랑했구나, 깨달았다. 우리의 사랑은 환경에 따라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었다. 아무 양념 없이 그를 그로,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것은 처절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가 멈춰선 이곳은 금세 지옥이 된다는 것, 깨닫게 했다.

 

2014년 12월 6일

육아는 희생이 아니라 나를 주고, 좀더 성숙한 나를 얻는 것. 그래서 해묵은 나를 주어선 안 되고, 현재의 나를 주어야 했다.

 

 

2015년 발행된 책이다. 

어쩌다 이 책이 지금 다가온 걸까?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시골'이라면 해결될 수 있는 걸까? 

배우자를 의심한다. 막연하게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거라면 곤란하다. 우리는 시골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까? 

생계가 달렸다. 어깨가 무겁다. 

 

그래서, 과연 '도시'라서 발생한 문제일까? 

몇 그루의 과실수와 조그만 텃밭, 자연이 온몸으로 풍기는 계절감.. 뭐, 낭만을 꿈꾸는 건 사치일까? 

 

질문과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