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다는 게 사실일까? 나는?"

2021. 10. 17. 10:46아빠랑

책을 사서 처음 읽을 때면 포스트잇 플래그를 준비해둔다. 그것들을, 

책 표지를 넘기면 마주하는 첫 장인 면지에 아무렇게나 붙인다. 에세이나 소설은 스무개쯤, 인문학 서적은 그보다 더 많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이 시작되는 줄에 가로로 플래그를 붙여 표시해둔다. 책갈피는 쓰지 않는다. 이 역시 플래그로 표시한다. 페이지 위쪽에 세로로 붙인다. 책이 어떤 식으로는 상하는 게 싫어서다. 다 읽고 나면 표시해둔 문장들을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블로그 따위에 따로 저장한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모조리 떼어내어 다이어리 면지에 다시 붙여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황정은 작가의 책도 그렇게 읽다가, 

 


이를테면 2019년에 상자 속으로 팔을 넣어 바닥에 남은 포스트잇을 꺼내 포장을 벗기면서 어제 만들어진 것처럼 생생한 이 상품의 제작년도가 2003년, 2002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니까. 
썩지 않는구나.
정말 썩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포스트잇 플래그를 꺼내 쓴 뒤로는 가급적 연필로 표시를 남긴다. 
- 88쪽 

 


뜨끔해서는, 
어디 괜찮은 연필 있나, 하고 검색창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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