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던 껌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중학교 시절, 나는 엄마를 마구 졸라 수학학원에 등록하고, 그것을 핑계로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오락기 앞에 앉아서 버튼을 두드리는 것도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다. 100원짜리 동전을 집어 넣으면 짧게는 2분, 길게는 10분씩 게임에 몰두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어느 날, 껌을 하나 사서 친구들과 나누어 씹으며 오락실에서 한 판 두드리고 있었다. 이날 따라 손가락이 잘 풀리지 않은 탓인지 금방 죽고 말았고 얼마 되지 않아 준비해온 동전을 모두 탕진해버렸다. 기분이 나빠져 어떤 식으로든 해소를 해야만 했다. 나는 저주를 택했다. 오락실에서 나오는 길에 ‘누구든 내 재수 옮겨 붙어라’ 하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202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