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
2020. 11. 2. 21:46ㆍ아빠랑
내 옆자리.
하나의 사업이 끝났다.
민간기업의 후원을 받아 꽤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장기 프로젝트 사업이었다. 나는 그 시작을 맡아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점차 발전시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몫을 했다.
8년을 지나오며 물론 중간중간 부침이 있었다. 단위사업의 규모가 비대하게 커지다 보니 회사 내부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업이 문제가 아니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싫어지기까지 했다. 그만 끝내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끝내더라도 이쪽에서 먼저 정리할 참이었다. 사업을 지원, 후원하기로 한 기업들이 수행처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 내 입으로 당신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이다. 어떻게든 함께 할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리석고 순진했고 생각이 짧았다.
나도 누군가의 진흙탕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진창에 구르기도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타인의 인생을 흔들어제끼는...
어쩌면 코로나19는 명분일 뿐일지 모른다. 잘린 것이 비단 사업 담당자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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