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2019.12.2.~2020.3.12.

2024. 10. 13. 21:24아빠랑

릴레이 캠페인에 지목 받았다. SNS에 게시해야 하는데 나를 오픈하여 사용하는 계정이 없다.

다만 인스타에 독서기록을 담은 게 있는데 그것마저 게을러서 손을 놓았었다. 

 

얼마전 관리자 워크숍에서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결국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하리의 창 이론에 빚대어 
나는 알지만 다른 사람이 모르는 부분인 '숨겨진 창'은 자기 노출을 통해 
다른 사람은 나에 대해 알지만 나 자신조차 모르는 부분인 '보이지 않는 창'은 피드백을 통해
'열린 창'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하여 기존 인스타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를 계기로 자기 노출을 하고 피드백도 받으려 한다.

 

 

다만 그간의 기록은 좀 아까우니 여기 옮겨보기로.

 


 

2019.12.3.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2019.12.3. 

첫눈, 작년보다는 열흘 정도 늦었다.

 

주목은 생장이 더디지만 수명이 길다. 잘 썩지 않아 목재로도 쓰임이 많다. 

인류는 어쩌자고 죽어서도 잘 썩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쓰임은커녕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들로 하여금 담벽을 쌓게 되었을까. 

"지상 어디에서는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알 수 없는 가뭄이 지속되었다지만 나는 시도하지 않는 마음으로 안전하였고 번지지 않는 마음으로 건전하였다." 

- 방수진, 버릇처럼, 녹색평론 169호

 

2019.12.6.

희망샘에서 그동안 함께 읽고 논의한 것들을 다른 모둠에 어떻게 전달할까, 생각들이 모이지 않아 헤매었다. 

제주4.3과 여순항쟁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자, 팩트 체크를 하자, 무엇이 사실이라고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아직 사건의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 주입된 편견이 있긴 하지만 무지한 탓이 더 크다. 

차라리 각자 자신이 새로이 알게 된 내용을 말하자.

 

도올 선생의 외침. 

"나는 이 순간 외칩니다! 70년 동안 이 진실을 '반란'으로 규정해온 인간들이 마음 놓고 반공의 파시즘을 선전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가혹한 이득을 취해왔다고 한다면, 나는 외칩니다 : 'You are lost!' 너희들은 이미 졌다. 너희들의 틀은 이미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고물이다. 퇴색하고 있다. 물러가라! 사라져라!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속죄를 얻을 수 있으리라!"

- 김용옥,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2019.12.8. 

캠핑하러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예약을 안 했다!

예약한 줄 알고 체크인 하러 갔는데 예약자 명단에 없더라. 부랴부랴 근처 캠핑장 남는 사이트 찾아서 텐트를 펼쳤다. 

처음에는 당황스럽다가 화가 나기도 하고 나중에는 우습기까지 하였다. 마음이 참 오락가락했다.

영하권 날씨에 난로 앞 옹기종기 모여 각자 책을 읽었다.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 것뿐이야."

- 김미혜, 최미란, 석굴암

 

2019.12.10.

경주 불국사 다보탑을 보며 예전 10원 짜리에 담긴 김민지에 대한 괴담을 아느냐 일행에게 물었다. 

누구는 익히 알고 있었고 또 누구는 금시초문이었다.

이야기가 어느 한 세대에서만 전유되고 소멸하는 게 흥미로웠다. 

 

이 도시는 누군가에게 천년고도, 역사의 산실로 기억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 개의 지질학적 판이 만나는 근처에 있었고 오래전에는 기록에 남을 만한 강진이 있었"던 곳으로 기억될 터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 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 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 편해영, 저녁의 구애

 

2019.12.15.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간간이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다. 미스터 장은 자신과 상관없는 이 세상 불행들, 이를테면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떠내려가는 사람들과 부서진 간판의 파편이나 나무 때문에 다친 사람들, 혹은 들이친 물 때문에 집을 잃거나, 자동차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생각했다. 또한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범죄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 원치 않은 아이를 낳고 있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폭우 속에서 슬픔과 분노 때문에 멈춰버린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미스터 장은 인스턴트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평안한 삶에 깊이 감사했다."

- 손보미, 폭우

 

영화 기생충을 떠올렸다. 

저들의 양분은 우리 안에.. 숙주는 곧 정의와 민주를 갉아먹고 밖으로 나와 질서를 흐트릴 테지. 당신은 그걸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때때로 멈춰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나중에'가 아니라.

 

2019.12.18. 

얼마 전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났다. 플랫폼 사업을 재미를 보던 차였다. 

퇴사하던 직원을 두고 혼기가 찼다고 여긴 상관은 번듯한 직장이라도 있어야 결혼할 때 면이 설 거라는 뒷말을 남겼다. 

글쎄.. 벌이도 거기가 더 낫고 시간도 보다 자유로이 쓸 수 있는데 굳이? 명함이 중한가, 실속이 중하지.

 

"사실 그는 자신의 행적을 글과 사진을 통해 노출할 뿐이었다. '노출'이라고 해서 사생활을 까발리면서 쾌감을 얻는다는 뜻은 아니다. 말하자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옮겨 적는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 이장욱, 절반 이상의 하루오

 

2019.12.21.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기다려요."

-올가 토카르추크, 잃어버린 영혼

 

연말이라 바쁘다. 아니, 늘 바빴던 것 같기도 하고.

이즈음 잠시 숨을 돌린다.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 내 이름마저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기다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겠어. 

 

2019.12.23.

"아저씨 어디세요? 수원 가는 길인데요. 인천 가시는 거 아니세요? 아 맞다, 양파! 수원 가는 큰 콜이 들어와서 인천에 당장은 못 간다는 지경. 인천이 집이라더니 집에 안 가실 거냐니까 내일 가도 된다는 지경. 그럼 내 양파는 어쩌란 말이냐니까 내일 밤에 갖다 주면 안되겠냐는 지경. 무른기 시작한 한 개의 양파가 있어 나는 절대로 안 된다는 지경. 양파가 싸니 양파값을 물어주면 될 거 아니냐는 지경. 양파가 싸도 그 양파는 그냥 양파가 아니라는 지경. 그냥 양파가 아니면 금테 두른 양파냐며 신경질을 버럭 내는 지경. 그건 준이가 사 준 양파라는 지경. 난데없이 준이가 누구냐는 지경."

- 김민정, 준이의 양파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언젠가 집에 배도라지즙 세 박스 왔더랬지. 주소는 정확한데 받는 사람이 대체 누구야? 최**.

어벙벙하게 받는 사람에다 보내는 사람 적었나보구만. 내 아는 사람 중에 최 씨 누구더라. 핸드폰 ㅊ자 전화번호 뒤적거리는데 다들 잘 지내나 싶어. 아니면 생산자인가? 엄마 배도라지즙 보냈어? 언니 혹시 배도라지즙 보냈어? 누구냐? 최**. 그냥 먹어. 그렇잖아도 주문해먹을까 생각했던 참인데. 그냥 먹어. 환절기라 감기라도 걸리지 않으려면. 비쌀까나? 그냥 먹어. 아니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야 모르죠. 확인 후 온다는 연락은 기다려도 오지 않고 문득 갈증이 나 배도라지즙 하나 빨아먹고 있는데 딩동, 저기 혹시 배도라지즙 잘못 온 거 없습니까? 아, 이건데요. 입에 물고 있던 파우치를 가리키다 말고 하나 드실래요 하며 건넸던 건 어째서였을까. 

 

2019.12.31.

김홍석이라는 미술작가는 2008년 자신의 전시장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이곳(미술관)에는 의도적으로 창녀가 초대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있는 미술 전시 개막행사에 2시간 참석하는 조건으로 한화 60만원을 작가로부터 지급받습니다. 이 시간 여러분 사이를 유유히 걸어 다니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이 창녀가 누구인지 찾아낸 분은 작가로부터 그녀를 찾은 대가로 120만원을 지급받게 됩니다. 창녀를 찾아봅시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줄 아는 고상하고 품격있는 사람들의 지위가 일순간 창녀로 떨어질 위기다. 창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각자 온몸으로 시그널을 보낸다. 의심으로 가득찬 미술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예의와 윤리에 대한 논쟁을 꺼내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사건 이후 "내가 창녀다"라며 갤러리에 진입하려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선긋기가 아니라 감싸안기로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들. 

 

"오래전, 미자네는 두건을 빼앗아 달아나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황망한 표정으로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민영은 울기 시작했다. 무서워. 무서워. 나는 민영의 어깨를 도닥였다. 신경 쓰지 마. 네가 신경쓸 것 없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야.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 강화길, 호수, 다른 사람 

 

2020.1.8.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가 결국 플렛폼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사회와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21세기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이 인류에게 제기한 과제들은 이전 시대에 증기기관과 철도, 전기가 제기한 것들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 문명의 막대한 파괴력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실패한 모델이나 세계대전, 유혈혁명을 용인할 여우가 없다. 이번에는 실패하면 핵전쟁이나 유전공학에 의한 괴물, 생태계의 완전한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혁명에 직면했을 때보다 더 잘해야 한다." 

- 유발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020.1.13.

"너는 내게 공략집을 읽어준다. 공략집에 따르면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그 일들은 무조건 일어날 것이다. 

.

오늘 당신은 밤새도록 게임을 할 것이다. 내일 아침 너는 나를 깨울 것이다. 

방금 사람들이 죽었어. 이제 왼쪽으로 가래. 

.

잘했어.

고마워.

.

내일 당신은 내 옆에서 잠들고. 나는 공략집을 펼쳐놓고 비디오 게임을 할 것이다. 

원래는 내가 하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 김승일, 공략집,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나의 삶을 공략하려면 게임 안에서 싸워야 할까?

게임의 룰 밖에서 세상을 흔들어야 할까?

 

2020.1.15.

 

"마을은 텅 비었다. 동네 전체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기 때문이다. 한동안 외지인이 어지럽게 드나들었다. 돈을 세는 사람, 현수막을 거는 사람, 사진기를 든 사람, 기도하는 사람, 그리고 방패를 든 사람이 있었다. 여러 말이 오갔고, 많은 일이 있었다. 어른들은 길에서 자주 울었다. 여염집 대문엔 다윗의 별처럼 하나둘 X자가 늘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 속 이야기와 달리 누군가를 살려줄 수 있는 표식이 아니었다. 모두 그걸 알고 있었다."

- 김애란, 물속 골리앗,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특별판 

 

키 작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하나둘 죽순 마냥 솟아나더니 어느새 능선을 가린다. 우리 동네가 그렇다.

 

황정은이 "대여점이 빠져나간 자리엔 부동산이 들어왔고 그 옆으로 하나씩, 하나 건너 하나씩,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들어서면서,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많은 부동산이, 그런데 정말 어느 틈엔가 갑자기 그렇게 되었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아무도 아닌, 누가)"라고 쓴 것처럼, 이 동네엔 성인용PC방이 마구 들어서고 있다.

 

2020.1.20.

"마치 기술적 대량 실업이 예정된 미래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우린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면 인간 없는 미래, 인간이 더는 필요 없어진 세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녹색평론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이야 논조가 응당 부정적이겠거니 예상했지만 현실 인식이 생각보다 더 안이했다. 

19세기 산업혁명 때 영국은 마부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면 안 된다는 법안을 만들었다. 

1865년 영국 의회가 제정한 '붉은 깃발법'은 자동차 한 대를 운행하려면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따라 붙어야 하며, 또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수십 미터 앞에서 자동차를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법은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폐기 처분됐다. 

반면 독일은 자동차전용도로를 만들어 마음껏 달리게 해서 자동차 강국이 되었다. 

필연이 아닌가? 저항해서 얻을 이득은 무엇인가? 진정 원하지 않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20.1.29.

 

"우리 반 느림보 파스칼, 오늘 아침엔 유난히 더 행동이 굼떠 보이는구나. 너희 부모님은 아침부터 텔레비전 봐도 된다고 하시니? 왜 그렇게 겁을 잔뜩 먹은 얼굴이지. 또 무슨 일 저질렀니?"
"아녜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선생님은 갑자기 주춤하셨다. 파스칼이 무서운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머, 세상에.."
일이 골치 아프게 되어 버렸다. 
- 플로랑스 세이보스, 파스칼의 실수

<파스칼의 실수> 첫 문장이다. 
나는 이 책을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를 가진 동화로 손꼽는다.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던 아이는 무심코 엄마가 죽었다는 거짓말을 해버리고 만다. 무게감이 작지 않은 실수라 어찌어찌 수습하기에도 버겁다. 
거짓말의 무게감..

어린이들은 오롯이 자기 마음으로 감당하여 성장한다. 반면 어른들은 불리한 정보를 생략하고, 유리한 정보는 선택적으로 조합하고, 위장하고, 뻐기고, 위력으로 진실을 억누르고, 급기야 '대안적 사실'을 만들어내고, 이윽고 그것을 현실에 등록하고, 되레 큰소리친다. 

 

2020.2.14. 
"세상이 짜인 방식이라는 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한 무지 속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정작 알려고 애쓰는 사람은 진실을 알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돼 있다."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때때로 행복한 무지 속에 남아 세상의 옳고 그름 따위 외면하고 싶다. 왜 애써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불편한 세계 속을 방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규모의 구조적 편향' 속에 놓여진 우리는 우리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조차 극도로 어렵다. 세상 온갖 그름에 연루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2020.2.17. 
"이렇게 치마 입은 남자랑 다니는 거 좀 그렇죠?"

어차피 남인데 그 시선 뭐하러 신경쓰냐는 대답. 하지만 나는 그런 대답을 자신있게 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온갖 혐오와 편견, 억압에 놓이게 되는 현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 

몇 마디 대화와 에세이 한 권으로 어찌 한 사람의 인생을 들춰볼 수 있을까. 
여전히 당신이 신기하지만, 당신들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해왔음을 분명히 안다. 
- 김기홍, 나는 퀴어입니다

2020.2.24. 
"빛은 오직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을 이룰 때에만 인식된다. 우리를 밝혀주고 주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빛은 그 자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역설의 극치라 할 수 있다."
- 트린 주안 투안,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어 집에만 머물렀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떤일도 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 존재가 지워져있었다. "빛이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빛의 경로가 어떤 물체로 막혀야 한다"는 문구를 읽으면서, '고유한 존재의 부재'를 떠올렸다. 
우리는 이미 이 역설을 잘 알고 있다. '현상은 오로지 상호의존의 산물', '밤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관대한 마음과 내미는 손, / 벌려져 있는 손이 있고 / 주의 깊은 눈이 있고 / 함께 나누어야 할 삶, / 삶이 있어."

2020.3.10.
아버지가 그걸 보고, "아이쿠, 이러다가 우리 집안 망하겠다."
하고는 몰래 책을 훔쳐다가 불에 태워 버렸어. 
- 서정오, 신통방통 옛사람 이야기, 태백산 호랑이 신돌석

"아이쿠, 저것 때문에 우리 남편이 호랑이가 되는구나."
하고는, 아내가 그만 그 책을 꺼내어 불살라 버렸어. 
- 서정오, 신통방통 옛사람 이야기, 호랑이 효자 황팔도

장들기 전 일주일 동안 어린이와 함께 읽었다. 
"근데 도술이 뭐예요?"하고 묻던 아이가 "나도 둔갑술하고 싶다"더니, 왜 요즘에는 사람들이 술법을 못부리나 까닭을 따져보니 "아, 술법책이 다 불타서 없어졌구만!" 무릎을 치더라.  

2020.3.12.
"짧은 순간, 그 얼어붙은 순간에 세실리아는 아버지와 오빠를 쳐다보았다. 문득 자신의 손에 총알이 장전된 엽총이 들려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바로 그거였다. 총을 들어 두 사람을 쏴버릴 수 있었다. 둘 다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힘없이 발밑에 총을 떨어뜨리고 몸을 돌려 차를 세워놓은 곳으로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을 남겨둔 채 혼자만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어쩔수 없을 때를 빼고는 아버지와 말하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거부했고 그의 집으로 가지도 않았다. 
당신은 내 삶을 망쳤어. 어렸을 때부터 망쳐놓은 거야."
-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면서 한 번 이상 남성에게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의 46퍼센트는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의 13퍼센트가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스웹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데에는 분명 공감대가 작용했으리라. 더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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