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경쟁'을 위한 어른들의 숙제

2021. 12. 30. 17:08아빠랑

'예쁜 경쟁'을 위한 어른들의 숙제 
2021-12-30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며칠 전, 관심 있게 지켜보던 한 TV프로그램에서 불편한 장면을 목격했다.


두 팀 중 한 팀은 탈락되어야만 하는 댄스 경연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안무 트레이드'였다. 상대팀이 창작한 퍼포먼스를 그대로 자신의 팀 퍼포먼스에 반영시켜야 하는 룰인데, 전략적으로 우리 팀이 더욱 돋보이도록 상대팀에게 불리한 안무를 제시하게끔 설계된 대결이었다. 


대결 중 어느 한 팀이 안무라고 하기에는 볼품없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한 퍼포먼스를 내놓았다. 트레이드 안무를 적용해야 하는 상대팀이 "좀 화가 났다. 장난하나?"라고 말할 정도. 청소년 출연진들은 그만큼 간절했기에, 어떻게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 


어른들은 이들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주지 못했다. 경연에 나선 청소년들을 지도했던 마스터는 '경쟁'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라며 오히려 이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누군가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쁜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꼬집었다. "상대방을 밟고 올라가는 건 경쟁이 아니"라고 쓴소리를 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승패 결과는 '어느 정도의 매너를 지키지 않은' 팀이 이겼다. '트레이드 안무'가 승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쨌건 이기지 않았느냐', '결국 이기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이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청소년들 사이에 전파될까 우려된다. 


춤을 포함하여, 그 어느 것들에 진심인 청소년에게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물론 자신들이 좇고자 하는 것들을 존귀하게 여기는 태도부터 갖추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스스로 알량하게 대하는데 과연 누가 인정할까 자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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