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 23:46ㆍ아빠랑
2022-08-26 금, KBS 1Radio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오프닝
지난 22일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 악취가 난다는 건물주 측 신고로 오래된 세 모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았고, 딸들도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지역만 달리하는 사건의 데자뷰입니다.
8년 전 송파에서도 세 모녀가 생활고를 못 이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두 딸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둘을 보살피던 어머니는 실직상태였습니다. 전 재산인 70만원으로 집세와 공과금을 낸 직후였습니다. 두 세대가 복지사각지대가 된 이유가 사후에 밝혀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원 세 모녀는 전입신고가 안 되어 있었고, 송파는 성인 딸들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해 수원시가 공영으로 치른 장례식에는 유력 정치인은 물론 국무총리와 영부인까지 참석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에도 애도 분위기가 고조됐고,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법을 적용해도 고인들이 적용대상이 안 된다는 유권해석까지 나왔습니다. 애도의 감정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침수된 반지하 거주자, 자립이 불가능한 보육원 출신 청년 등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계층들이 겪는 일들은 잠깐 관심사가 되다말뿐입니다. 매번 비극에 비통해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진짜 비극입니다.
공교롭게도 용인과 수원 세 모녀 유서에는 자신들이 죄송하다는 말이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진짜 그 말을 해야 할 쪽이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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