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2023. 1. 6. 00:00아빠랑

올해는 그저 행복하고 싶어서.. 첫 책으로 집어든 에세이.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작가는 잘 모르지만, 표지는 참 마음에 들어.

시선에 따라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서체 각인이 기쁘고, 

질감은 다르지만 색감이나 분위기는 약간 에드워드 호퍼 느낌도 나서.

 

찾아보자, 박지영 @from_may

'동네 산책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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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의 JIYOUNG PARK님 : "동네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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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수집한 문장들. 

 

 

나보다 먼저 이 동네에 살았던 이가 다른 주민들과 더불어 살면서 만들어온 질서와 생태계를 존중하며 천천히 변화를 만드는 것.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 이래 나는 그런 일들에 관심이 생겼다.
- 18쪽

아마 올 것이다, 불행하게도. 바람이 있다면, 그런 날이 여름의 중앙을 통과하는 민달팽이처럼 천천히 다가오기를. 
- 21쪽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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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문장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2023년 첫 달, 이달의 문장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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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이 아름다운 것은 섬세하고 연약한 물성을 지녔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견고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겨졌다 펴지는 대신 차라리 산산이 부서지는 성질을 지녔고, 차갑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도도하고 관능적이다. 
- 53쪽

그래도 나는 원하는 단어를 고르면 라벨지에 적어 병에 붙여주겠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라벤더 꿀과 바닐라 꿀에 각각 '기쁨'과 '다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울적하거나 화가 나 기쁨이나 다정이 유난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들에 나는 용도에 맞는 꿀을 조금씩 꺼내 먹으며 날서 있던 마음들을 조금씩 달랬다. 
- 59쪽

예전에는 이런 일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이 매우 부끄러웠다. 나의 실천은 모두 하찮은 것이고ㅡ나는 여전히 육식을 포기하지 못했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행 역시 포기할 수 없다. 마감이 급할 때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올 걸 알면서도 음식을 배달시킨다ㅡ내 삶의 태도는 '완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이란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게으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완벽한 것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나쁜 속삭임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들이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팔짱 끼고 앉아 '당신은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당신의 행동들은 결국 무의미해'라고 먼 곳에서 지적만 하는 건 언제나 너무도 쉽다. 
- 71쪽

봄에는 대저토마토와 딸기, 냉이나 달래처럼 향기로운 것들을 사고, 여름엔 가지와 애호박 같은 찬란한 빛깔의 여름 채소를 사서 먹는 일. 자연의 속도대로, 그 계절의 알맞은 것들을 먹으며 조금 더 알록달록하게 살고 싶다. 
- 73쪽

 

나는 트레이싱지를 대고 따라 그리듯 보들레르나 벤야민이 걸었던 골목들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산책하던 뤽상부르공원이나 몽파르나스 거리를 거닌다.
- 82쪽

하지만 예상보다 아침이 늦게 찾아오더라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했다. 강아지가 좀더 내 몸 가까이 파고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104~105쪽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입을 계속 움직여보지만, 투명해진 말들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는 일은 매번 아찔하다. 
- 177쪽 

대가 없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그 마음 덕분에 나는 겨울을 또 한번 순탄하고 평화롭게 살아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 209쪽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 225쪽

 

 

창비에서 내놓은 에세이&, 지난번 읽은 황정은과 백수린 사이에 두 명이 더 있구나.

한 번 모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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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처음 읽을 때면 포스트잇 플래그를 준비해둔다. 그것들을, 책 표지를 넘기면 마주하는 첫 장인 면지에 아무렇게나 붙인다. 에세이나 소설은 스무개쯤, 인문학 서적은 그보다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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